절대음감 훈련 방법

흔히들 절대음감은 타고난 것이라고 한다. 유전적으로 절대음감을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도 판가름난다고 한다.
그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음의 고유주파수를 오차없이 알아내는 것은 기계 혹은 절대음감을 타고난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도 약 +-50hz의 오차를 두고 절대음을 기억할 수 있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음감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절대음감을 타고난 사람은 음을 구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절대음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수 없다. 하지만 절대음감이 없었던 자가 훈련을 통해 절대음감을 얻었다면, 그는 절대음감을 가지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수 년간 노력으로 얻은 내 나름의 방법을 소개한다.

절대음감을 가지기에 앞서 음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음을 시각적 차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음의 높낮이를 구별하는 것은 색깔의 명도를 구별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회색을 보고 흰색과 검정색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여 있느냐를 정확하게 알아맞힐 수 있는 것이 바로 절대음감이다.

색에 대한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어두운 회색과 밝은 회색 중 어느 쪽이 흰색 또는 검정색에 가까운 지 구별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준점으로부터 음이 높은지 낮은지를 느낄 수 있다면 절대음감을 가지기는 쉬워진다.

명도를 구분하는 중심점이 50 대 50의 정확한 회색이듯이, 음을 구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음의 기준점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적당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는 음을 잡으면 된다.

사람의 귀에 가장 안정적으로 들리고 평소에 가장 많이 듣는 음인 A 음을 기준점으로 잡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는 내가 소리내기에 가장 안정적이고 수많은 음악의 시작이 되는 C 음을 기준점으로 잡았다.

기준음을 정한 뒤엔 정확히 튜닝된 피아노나 튜너의 음을 수시로 듣고 소리내고 생각해야 한다.
특히 피아노를 이용하면 더욱 쉽다. 피아노를 치기 전에 자신이 생각한 기준음을 불러본다. 그리고 피아노로 그 음을 쳐본다.

처음에 생각한 음이 실음으로 오차범위가 상당히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연습할 수록 그 오차범위는 줄어들게 된다. 언제부턴가 어떤 음을 듣고’이 음은 기준음보다 낮다, 혹은 높다’ 를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꾸준한 연습과 인내를 통해 기준음을 극소한 오차로 완벽하게 기억해낼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음을 들으면 자신이 기억한 기준음을 가지고 음의 높이를 계산하여 음정을 끼워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음을 완벽하게 기억했다고 해서 절대음감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다. 타고난 절대음감자는 12음 모두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상대음감을 가진 자는 기준음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절대음감을 가진 것과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절대음감자 중에 한두개의 기준음만을 기억하여 상대음감을 이용하여 음정을 계산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런 사람들을 통틀어 불완전 절대음감자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타고난 절대음감자보다 음을 판별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상대음감은 그보다 훨씬 유리하다. 타고난 절대음감자는 상대음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음을 기억하고 상대음감까지 가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이상향일 것이다.

기준음을 기억한 다음 단계는 각 음의 특징을 기억하는 것이다. 음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의 색깔이 있다. 그것을 잡아내는 것이 두번째 단계이다. 각 음의 색깔은 자신이 즐겨듣는 음악에서부터 찾는 것이 좋다.

쇼팽 왈츠 7번을 생각해 보자. 첫 음은 G#(Ab) 로 시작된다. 절대음감을 가졌으면서 이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이라면 이 곡이 G 로 시작하거나 A 로 시작했을 때 약간의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Ab 가 쥐어짜는 듯한 애도의 느낌을 준다면 G 는 약간은 가벼운 듯한, A 는 상투적인 슬픔을 느끼게 한다. G# 를 제외한 어느 음도 왈츠7번의 느낌을 살릴 수는 없는 것이다.

피아노의 건반을 무작위로 쳤을 때, 그 음으로 시작되는 음악들(마이너,메이저에 관계 없이)이 힘들이지 않고 곧바로 생각난다면, 그 음의 색깔을 기억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단계는 피아노의 건반을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 음을 들으면 가상의 피아노에서 자신이 3번째의 검은 건반을 누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다른 사람이 절대음감을 가지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의 시각화는 음을 기억하기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처음에는 이 방법이 어렵고 오차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상상 속으로 피아노로 칠 수 있게 될 때까지 연습이 필요하다. 각 건반에 음의 색깔을 부여하면 쉬워질 것이다.

하루종일 고유음을 들으며 기억하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 ‘아!’ 하고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며 음을 단어 외우듯 기억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절대음감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