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나는 '전문가'라는 말이 싫다
서울신문|일론 머스크 말대로… 사격 김예지, 킬러로 연기 데뷔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을 ‘전문가’라 부른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전문가다. 그들의 시선 속에서 나는 오로지 그 일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일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그리고 잘하고 싶은 게 많다.
사회는 우리에게 정해진 틀을 강요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면 삐져나온 나사인 양 망치질한다.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이 클수록 그 경향은 심해진다.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 사람들은 “꼴값 떤다"고 비난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새로운 시도는 그 분야의 전문성을 기만하는 행위인가? 무언가를 이뤘으니 다른 걸 해보자는 자만으로 비치는 것일까?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탐욕의 몸부림인가?
아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면, 그것은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의미는, 그 분야의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과정 중 하나를 맡은 수행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예지 선수는 단지 사격을 하는 행위를 위해 존재하는 사회의 부속품이 아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부터 나아가 궁극적 목표를 찾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더 깊은 가치를 추구하는 한 명의 인간이다.
내가 인생의 목표를 이루었다고 느끼거나 성공을 자축하는 순간은 죽음에 가까워져야 비로소 다가올 것이다. 세상은 여전히 내가 발견하지 못한 보물들로 가득 차 있기에.
단지 하나의 전문가가 아닌, 단 한 명의 나로 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새로운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