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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명언
미로 속에서 소리를 발견하는 기쁨! 음악가에게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으랴. 작곡을 할 때 내가 만든 음악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눈앞이 탁 트인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언제 찾아오는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좋아” 라고 생각한 순간 “뛰어넘었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은 납득이 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으리라.
작곡에 들어간 순간부터 이런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까지가 가장 괴롭다. 그동안은 계속 자문자답의 연속이다.
“이것으로 될까?”
“그래 괜찮아. 이상한 데는 아무 데도 없잖아.”
“하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게 없어..”
“이론적으로 잘못된 건 없어. 이걸로 충분해. 멜로디도 괜찮잖아?”
여기까지는 아직 납득이 되지 않은 단계이다. 이론적으로 자신을 납득시키려해도 소용없다. 영화음악을 20곡 모두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괴로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들어보거나 술을 마시며 기분을 전환하는 등 이를 악물고 발버둥을 쳐본다. 하지만 결정적인 효과가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에 얻은 결론은 계속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나자신을 극한상황에까지 몰아가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머릿속에 한줄기 밝은 빛이 비추는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모든 정열과 시간을 쏟는다. 갑자기 떠오른 영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늘 준비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매번 괴로운 상태가 이어진다.
한 번 문이 열리면 그 다음은 순조롭다. 아무리 만들어야 할 곡수가 많아도,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정신을 집중하고 돌진할 수 있다. 한 번 문이 열리면 모든 것이 깨끗하게 보인다. 그 때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는 일도 있지만 약간만 바꾸면 되는 때도 있다. 그렇게 약간 수정해도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그제야 겨우 내 작품이 되는 것이다.
내 음악의 첫 번째 관중은 나 자신이다. 따라서 내가 흥분할 수 없는 작품은 내놓을 수 없다. 내가 좋아하고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최초이며 최고의 청중은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나는 만족할 만한 곡이 만들어지면 혼자 들뜨고 흥분해서 “이봐, 이것좀 들어봐!” 라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불러 직접 들려준다. 사람들을 불러 들려주지 않는 작품은 나 자신이 순수하게 기뻐하지 않는 작품이며 나 자신이 마음속 깊이 납득하지 못한 작품이다. 그것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본인이 좋아하면 역시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법이리라.
-히사이시 조,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