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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킴 ‘봄봄봄’ 은 캐논을 표절한 곡이다.
나는 작곡가로서 표절 논란에 상당히 회의적인 편이다.
작곡가에게 부정적인 것 뿐만 아니라 청취자와 작곡가 양방향 모두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어느 작곡가가 남의 곡을 일부러 몰래 베껴서 세상에 내놓겠는가?
자신의 곡이 누군가의 곡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질 여지가 있는 곡을 출판하고 싶어할 작곡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작곡가는 별 생각없이 자신에게 익숙한 멜로디를 자신만의 창작물인 양 착각하고 사용하고, 청취자는 그런 곡을 듣고 작곡가를 악랄한 사기꾼으로 몰아간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다양한 감성을 공동으로 공유하는 동물이다.
작곡가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언젠가 한 번 들었던 곡조를 자신의 곡에 사용하기도 하고 변형시키기도 한다.
아니, 애초에 음악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람은 작곡을 할 수 없다. 수천, 수십만 곡의 곡을 듣고 공부한 후에야 ‘음악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깨닫고 지금껏 들은 곡조들을 재료삼아 자신의 생각을 재배치(composing)하는 것이 작곡가의 일이다.
한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은 작곡가든지 청취자든지 간에 서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여 비슷한 장르의 곡들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곡가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공부하여야 한다.
로이킴의 ‘봄봄봄’과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on’ 두 곡 모두 파헬벨의 ‘캐논변주곡’ 의 일부 멜로디를 따온 것이다.
Love is canon은 제목부터가 파헬벨의 캐논을 암시하고 있지만 ‘봄봄봄’은 어떤가?
봄봄봄은 파헬벨의 ‘캐논변주곡’과 비슷할 뿐이다. 그리고 캐논은 이미 저작권이 사라진 곡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사람들이 ‘표절’ 이라고 의식하는 재료는 물론 화성과 멜로디에도 있지만 리듬, 악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단순히 컨츄리풍 기타 리듬을 똑같이 사용했다고 해서 봄봄봄이 표절이 될 순 없다.
실제로 벌스a 의 캐논멜로디와 기타리듬이 문제된 것 뿐이지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전혀 다른 곡이다.
‘봄봄봄’은 파헬벨의 캐논변주곡이 있기에 나올 수 있는 곡이었고, 캐논을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보컬곡으로 작곡한 것에 대해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작곡가에게 있어 표절논란을 의식하면서까지 작곡해야 한다는 사실은 항상 큰 고민거리이자 자유로운 창작을 막는 장벽이 되곤 한다.
하지만 자신의 멜로디가 지나치게 익숙하고 흔한 패턴이라면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이게 진정 내가 추구하는 나만의 음악인가? 나만이 이런 곡을 작곡할 수 있는 것일까?